바이비트 해킹 사건에도 매수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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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투자자들이 올해 사들인 해외주식 상위 5개 중 이더리움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됐다. 상승에 베팅하며 3500억원 넘게 투자했지만 정작 이더리움은 올 들어 고점 대비 44% 손실률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가상자산 서밋’(Crypto Summit)에서 시장이 기대한 진일보한 정책이 드러나지 않은 데다 ‘관세 불확실성’이 재점화되면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2X ETHER’ 2억4582만달러 순매수…거래소 해킹 후에도 매수세 견조=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해 이더리움 레버리지 ETF인 ‘2X ETHER’를 7일 기준 2억4582만달러(약 3562억원) 순매수했다. 해외주식 순매수 4위 규모다. 테슬라(15억5919달러), 테슬라 2배 레버리지 상품(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13억1198만달러), 팔란티어(2억8832만달러) 다음이다.
정작 이더리움은 가격은 올 들어 하락 곡선이다. 이 기간(1월1일~3월7일) 이더리움의 고점(1월7일·3688.34달러) 대비 저점(3월4일·2057.57달러) 낙폭은 44.21%를 기록했다. 올해 고점에 사들인 투자자가 팔지 않고 보유 중이라면 손실률은 44%를 넘어서는 셈이다. 비트코인은 올해 고점(10만6147달러) 대비 저점(7만8942달러) 낙폭은 25.63%로 이더리움은 이보다 1.7배 큰 변동성을 보였다.
역대 투자자들의 누적 손실률은 더 크다. NH데이터에 따르면 ‘2X ETHER’를 사들인 NH투자증권 고객 8144명의 누적 평균 수익률은 지난 6일 기준 49.98%다. 손실 투자자 비율은 95.74%에 달해 대다수가 손해 구간에 놓인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자 62.6%는 3000만원 미만 자산가들로 구성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이더리움을 비롯한 가상자산 상승을 기대하며 소액 개미들 위주로 레버리지 상품에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이더리움은 지난해 3월 현물 ETF 출시 효과로 3980.26달러를 찍은 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지난해 12월 4007.69달러까지 올랐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 회피심리로 가상자산 전반적으로 약세가 지속됐다. 이후 거래소 바이비트(Bybit) 해킹 사건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다만 국내투자자들은 해킹 사건 이후(2월24일~3월7일)에도 이더리움 2배 ETF를 3730만달러를 순매수하며 상승을 예상했다.
▶솔라나 플랫폼과 격차 줄어…‘가상자산 서밋’ 실망감·관세 불확실성 좌우=이더리움 약세 원인은 관세 등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에 더해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할 이벤트가 부재한 점이 꼽힌다. 경쟁 플랫폼으로 꼽히는 솔라나 생태계에서 ‘밈 코인’ 열풍이 불었지만 이더리움은 주목받지 못했다. 이날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거래소(DEX) 거래량은 최근 일주일 기준 7.79% 빠진 218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솔라나는 0.22% 하락한 175억34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1위지만 2위 솔라나와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더리움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부진한 모습”이라며 “이더리움 도미넌스(시가총액 점유율)는 10%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한 온체인 업계 관계자는 “이더리움은 시장에서 받아들일 만한 이슈가 안 보이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7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서밋’도 호재가 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규제 완화 의지를 피력하고 스테이블코인 등 일부 법안 추진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앞서 비트코인을 전략비축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시장이 기대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날은 가상자산 관련 종사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듣는 성격이었지만 실망감에 약세가 이어졌다.
다만 이날 행사는 업계 의견을 듣는 성격으로 향후 기대감도 나온다. 데이비드 색스 가상자산 차르는 “오늘 회담의 목적은 업계의 피드백과 조언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선거 운동 기간 동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이 오늘 서밋의 주요 초점이며, 업계 리더, 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사상가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재무부와 상무부는 납세자의 부담이 없는 범위 내에서 예비비용으로 추가로 비트코인을 축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며 구상안을 언급했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