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주님(안성기 분)은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지옥 아닌가”라고 말한다. 삶이 고통스러우면 하수, 즐길 수 있으면 고수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범수는 ‘고수’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한 1~2년 전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난 행복한가?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말이죠. 지금 저는 ‘신의 한 수’를 끝으로 배우 생활을 못한다 하더라도 여한이 없어요. 그만큼 노력했고 내 연기적 형편을 떠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죠.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과감하고 당당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그래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범수가 ‘신의 한 수’를 만난 건 지난해 초여름이었다. 하지만 바둑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는 그에게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막상 시나리오를 잡고 내용을 접했을 때 그의 생각은 달라졌다.
“‘신의 한 수’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당시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이거 뭐지?’라는 생각이었죠. 책을 잡고 표지를 넘기고 첫 페이지, 둘째 페이지..그렇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이거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죠. 그렇게 생각이 진심으로 들어오니까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끔 신이 진지하게 들어왔어요. 바둑을 소재로 하지만 바둑왕 쟁탈전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한 꺼풀 더 이해하고 나니까 더욱 흥미가 생겼죠.”
인터뷰 당시 그의 한쪽 새끼손가락은 휜 채로 굳어있었다. 수술을 하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만, 현재 ‘신의 한 수’ 관련 행사와 MBC 드라마 ‘트라이앵글’ 촬영 중에 있는 그에게 수술로 인한 공백은 허락될 수 없었다. ‘신의 한 수’에서 절제감 있는 액션 신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은 결과였다.

“액션 신을 찍을 때면 항상 긴장해요. 다칠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연습은 많이 하지만, 사람이 컴퓨터처럼 입력한 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꼼꼼하게 준비해도 돌발 사고가 있기 마련이죠. 꼭 필요한 긴장감을 가지면서 노력했기에 만족할 만한 임팩트 있는 액션 신이 나온 게 아닌가 싶어요. 더 나은 장면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은 배우의 숙명인 것 같아요.”
치료도 마다하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신의 한 수’를 챙기는 이범수를 보고 있노라면, 그가 이번 작품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살수는 말이 많은 인물이 아니에요. 타인의 말이 많은 것도 싫어해요. 그렇다면 이 사람의 기운은 눈으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간결한 처리와 행동, 냉정함 등을 표현하려 했죠. 때문에 외모도 깔끔하게 신경 쓰는 콘셉트를 잡았죠. 의도한대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감독님도 좋은 생각이라며 제 제안을 받아줬죠. 꼭 풀고 싶은 수학 문제처럼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이범수는 ‘신의 한 수’의 강점으로 ‘조화(앙상블)’를 손꼽았다. 이범수, 정우성을 안성기, 안길강, 이시영, 김인권, 최진혁 등의 멀티캐스팅으로 7인 7색의 캐릭터를 그려냈다.
“칼로 무 자르듯이 단언할 수 없지만, ‘신의 한 수’는 여러 가지 시너지가 있었어요. 참여 배우들 모두 다 더도 덜도 아니고 멋지고 존재감 있게 활약한 것 같아요. 그런 조화가 므음에 들었어요. 개인적으로 절대악이라는 살수 캐릭터가 부담이었죠. 과연 내 생각대로 비춰질까 하는 염려도 있었죠. 시사회를 보고 나서 계획하고 의도했던 대로 ‘긴장감 있게 집중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안도하고 기뻤어요.”
이처럼 ‘신의 한 수’는 점잖은 신사들의 스포츠로만 여기던 바둑을 범죄액션 장르와 접목해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선사한다. 오는 7월 3일 개봉 예정.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