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멜로디 · 가사 담은 1,2집
수만장 판매고 기록 인기 입증
미움 · 각자의밤 · 환상곡 · 회전목마…
다채로운 음악세계 · 낯선정취 가득
美 유명 LP 명가와 제작 눈길
‘가요계의 황금기’ 90년대의 감수성을 간직한 채 21세기를 사는 이들에게 작곡가 1인 프로젝트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는 자그마한 비상구다.
주류 음악시장이 아이돌 중심으로 장르의 획일화를 마쳐가던 2000년대 말, 에피톤 프로젝트는 온갖 음악적 실험이 이뤄지던 인디 신에서 보기 드물게 좋은 멜로디와 가사를 담은 ‘웰메이드 팝’에 천착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내놓았다.
음반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 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는 돌풍을 일으킨 정규 1집 ‘유실물 보관소(2010)’와 2집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2012)’는 장르의 획일화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과 ‘웰메이드 팝’을 향한 열망을 방증한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지난 16일 정규 3집 ‘각자의 밤’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교동 파스텔뮤직에서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을 만나 새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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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 3집 ‘각자의 밤’을 발매하며 컴백한 에피톤 프로젝트. [사진 제공= 파스텔뮤직] |
차세정은 “지난 2012년에 발매된 이승기 5.5집 ‘숲’ 작업 이후 떠난 프랑스 여행에서 파리의 바토무슈(유람선)를 타고 바라본 센 강의 야경에 매료돼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며 “밤이라는 내밀한 시간을 배경으로 살아 움직이는 수많은 감정들에 대한 상념을 앨범으로 엮어봤다”고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미움’을 비롯해 ‘각자의 밤’ ‘환상곡’ ‘낮잠’ ‘플레어’ ‘친퀘테레’ ‘불안’ ‘시월의 주말’ ‘유서’ ‘회전목마’ ‘환기’ ‘나의 밤’ 등 13곡(보너스트랙 포함)이 실려 있다. 변화는 리듬을 강조한 연주로 재즈 풍의 도회적인 멜로디를 들려주는 첫 곡 ‘각자의 밤’에서 바로 예고된다.
이 같은 변화는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에 빛나는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보컬로 참여한 다음 곡 ‘환상곡’에서 절정에 달한다. .
변화무쌍한 리듬 변화와 화성 진행, 이를 가지고 노는 듯한 보컬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낯선 느낌을 주지 않는 ‘환상곡’은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연함과 음악적 역량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작이다.
차세정은 “주변으로부터 ‘전주만 들어도 에피톤 프로젝트’라는 말을 듣고 내가 자기복제를 하고 있는 아닌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됐다”며 “자신의 음악에 스스로 갇혀서 취하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변화에 중점을 주면서도 낯설지 않은 곡을 앨범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은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이다.
12현 기타의 풍요로운 음색과 70년대 이탈리아 아트록 사운드를 대표하는 악기인 멜로트론(Mellotron)을 재현한 소리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플레어’, 거대한 스케일의 악기 편성과 편곡으로 동화적인 풍경을 공간감 있게 표현한 ‘회전목마’, 죽음을 어둡지 않게 담담한 정서로 그려낸 ‘유서’와 같은 곡은 에피톤 프로젝트가 단순히 좋은 팝만을 들려주는 뮤지션이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또한 차세정은 전 곡을 자신의 보컬로 채웠던 전작과는 달리 신인 손주희와 아진(Azin)을 객원 보컬로 기용해 변화에 더욱 힘을 줬다.
또한 이번 앨범은 이례적으로 LP로도 함께 발매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밥 딜런(Bob Dylan)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LP를 만든 명가인 미국 RTI가 제작을 담당했다.
차세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장편소설 같았던 전작과는 달리 이번 앨범은 수록곡들 모두 개별 싱글로 발표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개성이 강해 단편소설집을 닮았다”며 “LP는 음질도 좋은 편이지만, 쉽게 다음 곡으로 넘어갈 수 있는 MP3 음원과는 달리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차분하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드는 매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피톤 프로젝트는 오는 27~28일 부산 센텀시티 소향시어터 롯데카드홀, 다음 달 3~5일 서울 올림픽공원 88호수 수변무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개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