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특집②] 장미 속에서 만개한 벚꽃 같은 소녀들, ‘에이핑크’

[ 헤럴드 순스포츠=김주현기자 ] 바야흐로 걸그룹 전성시대다. 걸그룹이 끝없이 쏟아진다. 경쟁하기 싫어도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3분 내외의 짧은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걸그룹은 너도 나도 섹시 콘셉트에 매달린다. 짧은 의상과 선정적인 춤만으로도 시선을 끌 수 있다. 가창력은 그 다음 문제이다.
 
그래서 필자는 예쁜 소녀들이 짙은 화장의 얼굴로 선정적인 춤을 출 때마다 ‘장미’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충분히 예쁘고 눈이 가지만 어딘가 모르게 다가가긴 어려운, 정말 ‘시선을 끌기 위한’ 무대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걸그룹 홍수 속에서 에이핑크는 조금 다르다. 그녀들은 오히려 벚꽃 속에 둘러쌓인, 그냥 꽃놀이를 나온 소녀 같다. 짙지 않은 화장과 예쁜 눈웃음. 그리고 용기를 주는 희망적인 가사가 그렇다.

처음부터 청순한 이미지를 내세우고 나온 에이핑크는 지금까지 그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그것이 그녀들의 색깔이고 특징이다. 희고 투명하다. 연약한 소녀 같지만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 속에는 ‘내가 널 지켜줄게’ 같은 의외의 대담한 면도 보인다. 풋풋함과 대담함, 그 어디쯤이다.

2011년 4월 ‘몰라요’로 데뷔한 에이핑크는 그 해 11월, ‘My My’로 첫 1위를 차지한 후 우리나라 최고 걸그룹 대열에 당당히 올라서며 ‘청순 걸그룹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2013년엔 그녀들의 대표곡인 ‘NoNoNo’로 지상파 1위를 한 뒤 2014년, ‘Mr.chu’와 ‘luv’까지 히트를 이어가며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그렇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팬들을 기쁘게 했다.

 
‘luv’는 12월 첫 째주, 둘 째주에 지상파 3사의 모든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보였는데, 그 기록은 2014년 걸그룹 중 처음으로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청순한 그녀들이 보여주는 저력은 실로 대단했다. 2014년을 완전히 그녀들의 해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무대를 장악한 에이핑크는 2015년 1월 30일에 시작한 ‘PINK PARADISE’라는 콘서트를 통해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기도 했다. 특이하게도 콘서트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달성하면 하겠다는 일종의 ‘공약’이었다. 음악으로 거둔 성과를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는 에이핑크의 진면목이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에이핑크가 그 동안 발매한 앨범은 대부분 구성이 비슷하다. 그 구성은 역시 ‘청순’을 벗어나지 않는다. 타이틀곡 뿐만 아니라 수록곡 역시 청순하고 사랑스럽고, 들으면 벚꽃이 만개한 길 한가운데를 걷는 느낌을 받는다. 에이핑크가 자신만의 색깔을 튼튼하게 만들어온 덕분이다.
 
그리고 에이핑크의 장점 중 하나인 ‘가창력’은 그 사랑스러움을 더욱 극대화한다. 6명으로 구성된 에이핑크의 보컬을 비슷하면서도 그 색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같은 가사를 불러도 전해주는 느낌이 모두 다르다. 최근까지 활동했던 ‘luv’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메인보컬 정은지의 힘차면서도 애절한 목소리의 ‘기억하나요 우리 함께했던 시간 LOVE luv’와 여리면서도 꼭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 같은 박초롱의 ‘기억하나요 우리 함께했던 시간 LOVE luv’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이렇듯 메인보컬인 정은지를 필두로 한 곡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멤버들의 음색이나 호소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소녀다움을 앞세운 목소리는 그마다 매력이 다르다. 모든 노래가 청순하고, 사랑스럽고 어찌보면 비슷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에이핑크의 노래가 사랑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에이핑크의 노래가 약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강인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사랑에 부끄럽고 서툴지만 그 안에는 용기와 믿음이 있다. 건강한 소녀들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듣는이로 하여금 쾌활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 음원차트에서 ‘롱런’할 수 있던 것도 그 덕분이다.

다시 한 번 언급해도 모자랄 만큼 2014년은 완전히 ‘에이핑크의 해’였다.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 2014년에, 그녀들은 우리를 응원하고 위로했다. 뮤지컬, 드라마, 예능에서도 발랄하고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에이핑크의 다음 콘셉트 역시 ‘청순’에 기반할 것을 알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이유는 역시 다른 말 할 것도 없이, ‘에이핑크’이기 때문이다.

에이핑크의 성공은 에이핑크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2014년은 의상과 화장, 안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섹시함’만으로 어필하는 걸그룹이 넘쳤던 한 해였다. 그런 걸그룹 홍수 속에서 그녀들의 자리를 굳게 지키며, 최근 데뷔하고 있는 여러 후배 걸그룹들이 섹시가 아닌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으로 나올 수 있도록 확신을 심어준 것이 에이핑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이핑크가 어떤 노래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더욱 기대가 커진다. 심술궃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지만 비가 그치면 다시 만개할 벚꽃들 사이를 걸으며 그녀들의 노래를 들어보는 게 어떨까.
 
<사진=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각 앨범 포스터>
 
lklk@soo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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