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휴먼다큐 사랑’러시아에는 ‘빅토르 안 찬가’도 있었다

-‘휴먼다큐 사랑’ 안현수편을 보고 드는 생각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지난 11일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 안현수편(두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이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안현수는 뛰어난 스케이트 실력에도 불구하고 빙상계의 파벌, 따돌림과 같은 각종 구설에 시달리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휴먼다큐 사랑>은 안현수와 그의 아내와 다름없는 우나리 부부의 러시아 선수촌에서의 생활을 담았다. 숙소는 음식을 해먹을 공간도 없을 정도로 좁았다. 설거지를 3~4단계로 나눠서 해야 했다. 하지만 빅토르 안은 러시아 내에서는 쇼트트랙의 신이고 왕이었다. 러시아에는 “3개의 메달을 우리에게 선사했지. 그건 빅토르 안” 등의 가사를 담고있는 ‘빅토르 안 찬가’까지 있었다.

안현수는 한국에서 승부조작을 거부하다 선배에게 밉보였고,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는 남자 대표팀에서 나와 여자대표팀과 훈련을 받고 있었다. 왼쪽 무릎의 치명적인 부상까지 당했고 소속팀인 성남시청은 해체됐다.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러시아에서 오라고 제안해왔다.

안현수는 “안 갈 수 만 있었다면 한국에서 하고싶었다. 한국에서는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러시아가) 힘들때 인정해주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쇼트트랙이 유명해서 간 것도 아니었고, 돈을 많이 받고 간 것도 아니었다. (지금의 아내와) 사랑을 시작한 지 2달만에 이뤄진 러시아행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안현수는 러시아에서 초기에는 적응을 못해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탈락했다. 하지만 인코스, 아웃코스 할 것 없이 순간적으로 자신을 꽂아넣는 과감하고 화려한 기술을 지닌 안현수는 결국 고난을 극복하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쇼트트랙 훈련을 받으며 생활하는 모든 것을 아내인 우나리가 챙겨주고 있다. 타이트한 훈련을 소화하고 잠에 들면 일어나기가 힘들다. 안현수는 힘이 들어 아내에게 약간 칭얼거린다. 두 사람의 사랑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남의 나라에서 뿌리를 내리기 위해 이들은 이를 악물어야 했고, 수없이 울어야 했다. 안현수의 힘과 실력의 원동력은 ‘사랑‘에 있는 것 같았다.

안현수가 국내에서 선수 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선후배 선수들과 팀과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싸우는 형제나 친구들을 부모 같은 입장에서 보듬어안아야 한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러시아빙상연맹으로 전화해 (안현수가) 문제가 많은 선수이니 절대 받아주지 말라고 했다는 사실에는 부끄러움마저 든다. 빙상연맹이 안현수를 껴앉지 못한 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연맹의 한계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계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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