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청춘의 아이콘과 같았던 배우 유아인(29)이 달라졌다. 그는 새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ㆍ제작 ㈜외유내강)에서 법 위에서 날뛰는 재벌 3세 ‘조태오’로 분했다. 그의 변신은 단순히 처음 악역에 도전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스테레오 타입의 악역에서 벗어난 그는, 천진한 얼굴로 몸에 밴 듯 스스럼 없이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을 연기한다.
“자칫 잘못하면 악역의 바이블 같은 연기를 흉내내는 수준에 머무를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제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굴이 대단히 무섭게 생긴 애도 아니다 보니 ‘나 다운 악역이 뭘까’라는 고민이 컸죠. 제가 가진 소년같은 천진함을 이용해서 식상하지 않게 악역을 창조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는 악역을 광기어린 모습으로 그려내려는 것 또한 고정관념이라고 여겼다. 따라서 과장된 연기를 경계하는 것이 또 하나의 과제였다. 그는 조태오 역을 “광기어린 캐릭터라기 보다는 멍청한 구석이 있는 애”라고 분석하면서, “악역을 하다 보면 짜릿하고 카타르시스가 있는데,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오버하게 되는 게 있는 것 같다. 장르적인 연기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주의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많은 배우들이 악역 연기를 앞두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것과 달리, 그는 오히려 몸집을 다소 불렸다. 어느 정도 살집이 있으면서도 번드르르한 느낌이 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베테랑’에서 조태오의 섬뜩함이 엿보이는 장면 중 하나는, 그가 수행원을 상대로 격투기를 연습하는 신이다. 과거 ‘완득이’를 준비하면서 킥복싱을 세 달 정도 훈련한 것이 생생한 격투신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됐다. 보다 실감나는 화면을 위해, 실제로 때리고 맞으면서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유아인은 “액션할 때 대역도 많이 썼다”며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를 생각하면 ‘제가 했다’고 얘기하는 게 맞겠지만, 어마어마한 공로가 있으신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그 부분을 꼭 얘기하고 싶었다. 스턴트 연기를 하다가 크게 다치신 분도 있어서, 출연진과 스태프 모두가 더 긴장하고 집중하면서 영화를 잘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냥 소년같은 얼굴이지만, 유아인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20대를 돌이켜보면 그는 필모그래피를 거꾸로 쌓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당시엔 배우로서 진지하면서도 고민하는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 모습이 자신에게 맞는 옷이라고 생각했던 것. 지금 그는 ‘20대에 더 발랄하고 신나는 작품 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대체할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존재가 되고 싶은 욕심이 있잖아요. 어쩌면 저 역시 또래 배우들처럼 스타가 될 자신이 없어서, 조금은 독창적인 필모그래피를 쌓는 것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20대 때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지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했던 시기였죠. 이제는 배우 유아인으로서 신뢰를 만들고 믿음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 이전보다 경쾌하고 발랄한, 내 진짜 얼굴에 가까운 일상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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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