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하면서 ‘이런 가정이 있다면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일단 남편(송승헌 분)이 되게 든든하잖아요. 어떤 남편이 상사가 자기 와이프한테 욕했다고 주먹을 날리겠어요?(웃음) 제 주위에도 자기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괴롭혔을 때 못 참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내 편’이 있다는 게 당사자에겐 너무 감동이죠. 가끔 결혼이 부러웠던 건 그렇게 내 편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미쓰 와이프’는 소소한 단점(이기적인 주인공이 감화되는 결말을 위해 너무 많은 사건을 벌리는 등)도 눈에 띄지만, 대작 액션영화의 홍수 속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맛보기에 충분한 영화다. 특히 한국영화계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라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한국영화의 부흥기였던 199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긴 시간 한국영화계를 지켜봐 온 엄정화에겐 그 점이 유독 반가웠다.
“확실히 여배우를 위한 시나리오가 많지 않고, 있다고 해도 한정적이예요. 온전히 여배우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시나리오는 드물죠. 영화를 활발하게 시작했던 시기보다 확실히 작품 수가 줄었어요. 전(前) 세대 사람들, 여자, 가족의 이야기 등 여러가지 소재가 선택될 수 있는 문화적인 변화를 항상 바라고 있어요. 영화는 결과적으로 작품이 좋아야 하는 거니까, 여자들의 이야기도 재미있게 잘 만든다면 얼마든지 잘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시도들이 계속 나오면서 영화가 멋있어질 수 있는 거겠죠.”

무대 위 도도한 이미지의 엄정화는 실제로는 여리고 정이 많았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주위의 호평을 전해듣고는 “이 영화로 연기에 대해 칭찬을 듣게 될 거라고는 기대 못 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 내내 문답의 마무리는 기-승-전-‘사람’이었다. 영화에 관한 질문을 던지면, 답변은 동고동락한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치하로 마무리됐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화제는 어느새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로 옮겨갔다.
“작품을 할 때마다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은 똑같지만, 이번엔 더 각별해요. 제작사 사장님이나 감독님을 생각해도 그렇고, 몇 개월동안 함께 한 스태프들을 생각해도 그렇고… 이렇게 어려운 일을 열심히 해주는 것에 대해서 너무 고맙고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작품 하나씩 해나갈 때마다, 이제 사람이 먼저 보이는 것 같아요. 제가 나이가 들긴 들었나봐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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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