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해주세요!] 실수 연발, 무단이탈 제시…논란 키운 건 또 ‘악마의 편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군대에서도 제시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도통 무서운게 없었던 여성 래퍼는 엄격하게 짜여진 틀 안에서 급기야 호흡장애까지 호소했다. 시청자들은 제시를 향해 날선 공격을 퍼부었다. 단체생활의 기본을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전락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에 출연 중인 제시는 지난 6일 방송분에서 부적응 훈련병의 정석을 보여줬다. “꼭 한 번 오고 싶었다”며 “군대 생활을 잘 할 것 같다”고 자신했던 제시가 마주한 군생활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오랜 미국생활로 한국말이 서툰 제시에겐 낯선 군대용어부터가 난관이었다. 일본인 사유리보다 더 한국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규격에 얽매이지 않는 외국 생활과 자신이 보여주는 음악세계의 자유로움은 정해진 틀을 완전히 벗어났다. 제시로 인해 빚어진 이날 방송에서의 총체적 문제를 해명해줄 수 있는 제시의 배경은 이것 뿐이었다.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 내가 아닌 단체로 살아야만 하는, 그 곳에서의 모든 규율의 옳고 그름을 떠나 방송 안에 들어온 군인 체험은 이 모든 것을 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제시는 달랐다.

‘진짜 사나이’는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들이 거쳐갔다. 외국인도 있었고, 돌발행동을 거듭하는 스타도, 고문관으로 낙인찍힌 스타도 있었다.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적응하지 못해 실수를 연발했다. 그러다 한 사람의 실수로 인해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군대식 미덕을 자연스럽게 습득한다. 


제시의 일탈은 역대 출연자 중에서도 단연 최상위급이었다. 제식훈련과 ‘다나까’ 말투가 몸에 익지 않아 빚어지는 평범한 실수를 거듭하다 급기야 교관 앞에서 “잠깐만요”라고 정색하며 훈련을 이탈했다. 화생방 훈련에선 조금이라도 참고 견뎌보려는 기색 없이 정화통을 열지 않아 함께 훈련에 돌입한 여자 연예인들을 더욱 곤혹스럽게 했다.

이 모든 장면들은 제작진을 통해 극대화됐다.

제시의 돌발행동마다 제작진은 의도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 제시를 바라보는 다른 여자 연예인들의 시선을 담았다. 당사자 개개인이 어떤 심정으로 제시를 바라봤는지는 사실 알 수 없다. 하지만 제작진은 자막으로 “제시 제발”이라는 식의 자막을 달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다. 화생방실에선 유난히 얼굴이 작은 아이돌 최유진이 제시가 정화통을 열지 않아 머뭇거리는 사이 가스의 습격으로 괴로워하고 있음을 교차 편집해 보여줬다. 제시 한 사람이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을 대놓고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급기야 화생방 훈련 이후엔 김현숙과 제시가 마찰을 빚으며 냉기류가 빚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다 프로그램은 끝이 났다. 제작진의 낚시는 뻔했지만, 군대라는 특수 상황 안에 놓인 스타들의 빗나간 감정들을 담아내기엔 안성맞춤이었다. 이 교묘한 편집기술 역시 악마의 편집이 아닐 수 없다.

제시는 이날 방송을 통해 ‘진짜 사나이’ 최대 고문관이자, 노력도 하지 않고 일탈을 거듭하는, 심지어 극단적인 이기주의로 뭉친 후보생이 됐다. 그간 방송을 통해 보여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제시의 모습을 근거로 한다면 강압적인 군대생활이 쉽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이 모든 것이 리얼한 판이라면 제시는 ‘진짜 사나이’를 재밌는 놀이 정도로 생각했고, 그러다 의외의 상황에 놓여 본인의 성향대로 차마 참을 수 없는 억압을 느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모든 상황에 임하는 것이 방송인의 약속임을 잊었다. 제작진은 제시의 일탈을 놓치지 않고 주목했으며, 특수환경을 강조해 이를 부각시켰다. 그러니 시청자의 반응은 당연히 냉랭하다. “남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빠지라”는 반응이 주를 잇는다.

제시도 결국 한 마디 했다.

방송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시 빼라. 남 피해주지 말고”라는 네티즌의 글을 공유하며 “끝까지 보고 사람 판단해요. 한 회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Don‘t judge me after you’ve seen one episode.)”며 “여러분, 좀 더 지켜봐주세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부사관후보생 제시”라고 적었다.

방송에서 제시는 자진퇴소를 하고 싶다고 했으나, 함께 입소한 동기들의 설득과 응원으로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후 빚어질 상황은 불 보듯 뻔하다. 제작진은 우여곡절 많고 존재만으로도 피해를 줬던 제시의 군대 적응기를 통해 새로운 성장담을 써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그게 이들만의 방식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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