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SBS)의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이야기다. 월화 안방극장에선 최강자이지만 화려한 배우진, 작가들의 전작에 비춰 반응이 아쉽다. 팩션사극엔 노상 따라다니는 왜곡 논란도 곳곳에서 나온다.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기 위해 ‘여말선초’를 소환한 드라마는 본격적인 성인시대를 맞으며 15%대를 넘긴 이후, 시청률이 소폭 하락해 13%대를 유지해왔다. 전주 방송분(11월10일)에서 조금 올라 14.1%(닐슨코리아 집계)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했다.

드라마는 조선 건국 과정을 그리기 위해 이성계(천호진), 정도전(김명민), 이방원(유아인) 등 실존인물 세 사람과 이방지(변요한), 무휼(윤균상), 분이(신세경) 등 가상인물 세 사람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육룡’으로 상징되는 이들이 새 나라의 창업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고려말 정치사에 엮여 드라마가 전개된다.
이미 여러 차례 드라마에서 다뤄진 시대였다. 심지어 정도전을 주인공으로 삼은 정통사극이 몇 해 전 큰 인기를 모았던 상황이다. ‘육룡이 나르샤’는 출발부터 기존 사극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 드라마는 애초에 새 나라의 창업 과정을 그려야 하는 까닭에 난세를 그리는 데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게 기획됐다. 드라마의 제목부터가 ‘용비어천가’에서 세종의 6대 선조(육룡)를 찬양하는 한 구절을 따온 것으로, 작가들의 전작인 세종시대를 다룬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퀄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정도전이라는 역사 속 큰 인물이 있었기에 ‘육룡이 나르샤’는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는 이 부분은 세금 문제 등 고려말 난세를 조명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그 과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지루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한 거악으로 규정된 고려말을 조명하기 위한 장치들이 역사왜곡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팩션사극 집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는) 상상력을 가미하는 쪽이기에 모든 것을 자유롭게 생각하고 열어두되 시대정신만은 결코 위반하지 말자는 것을 염두한다”고 밝혔다.
이미 방송가에선 퓨전사극, 팩션사극으로 불리는 많은 작품이 등장해 사랑받았다. 사료에 등장한 단 한 줄에서 시작한 ‘공주의 남자’ 등도 높은 인기를 끌었고, 그에 앞서 ‘대장금’이라는 희대의 대작이 탄생했다. 실존인물을 그렸으나 사료보다는 작가의 손에 의해 재창조된 드라마가 정통사극을 제치고 사극의 중심에 서게 됐다.

‘육룡이 나르샤’는 ‘팩션사극’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해도, 역사 쪽에 더 가까이 서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인물이 셋이나 등장하는, 너무도 익숙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 인물 세 사람과 가상의 인물 세 사람이 공존하는 고려말의 장면 장면은 작가들의 이야기처럼 “시대정신”을 위반하지 않았기에 이미 익혀온 시대의 참상을 그려보기에 충분하다.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통사극과는 달리 드라마가 풀어가는 방식에 있다. 역사 속 인물과 얽힌 가상인물 세 사람을 통해 피폐한 고려말 백성들의 삶을 극적으로 들여다본다. 거기에 무협소설 못지 않은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고, 청춘들의 로맨스가 군데 군데 튀어나온다. 진지하다가도 웃음이 터지는 장면 또한 곳곳에 배치됐다. 재미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한 데 버무린 팩션사극이다. 결국 주인공 6명의 존재이유와 관계를 통해 나오는 재미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가 가상인물과 실존인물을 엮어 6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데에는 이유가 있다. “모두가 불편하고 모두가 억울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한 나라가 망해가는 피폐한 지옥상과 새 나라의 창업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역사 속 세 인물이자 백성보다 나은 위치에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만으로는 설득이 되지 않았다”며 “백성의 입장에서 조선 건국에 대한 시각이 필요했다“고말했다.
난세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모습은 극적이다. 아이와 여자들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나가고, 핍박 당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극명하게 그려진다. 1회 당시 등장한 돼지유모 에피소드는 호화롭게 난세를 즐기는 권력층과 백성들의 참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고려말 최고 권력가인 이인겸(최종원)의 저택에서 새끼돼지에게 젖을 먹이기 위해 갓 해산한 여인들을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엄마를 빼앗긴 갓난아기들은 죽어가지만, 고려말 귀족들은 사람의 젖으로 새끼돼지를 길러 연회를 연다. 방송 직후 적잖은 논란이 일었던 장면이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원나라 시대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고려말 귀족들의 사치와 향락이 극에 달했다는 에피소드는 상당히 많았다. 그 많은 것을 다 보여줄 수 없어 가장 상징적인 에피소드로 돼지유모를 차용했다”고 말했다. “갓 해산한 여인을 데려가면 아기는 죽게된다. 빼앗아가다 엄마까지 빼앗아가는 모습은 이 사회를 비추는 메타포라고 봤다”며 “중국 이야기를 가져와 거부감도 많았으나, 고려말에도 그에 필적하는 경악할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고 했다. 특히 작가들은 “난세는 약자의 지옥”이라고 봤다. 드라마에서 “아이들의 죽음이 자주 등장하고, 아이를 갓 낳은 여자가 돼지에게 젖을 먹이는 유모로 끌려가는 것”은 “붕괴된 국가 시스템에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약자들의 삶을 통해 난세 중의 난세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영현 박상연 작가는 그러면서도 “심혈을 기울여 의도했지만 의도와는 달리 오해를 불러온 장면들도 있고,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의 우리 사회에 대입시켜 보는 장면들도 있다. 대중의 반응을 통해 공부하며 신중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