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다. 기자가 일하는 공간과 그 업무를 이야기 한 영화라 기자들은 금방 이해된다. 특히 나는 이 영화 원작자가 연예기자 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쭉 알고지내는 사이라 더욱 이해가 빠르다.

하지만 일반인이 보기에도 무리가 없다. 우선 고생끝에 취직만 하면 인생이 풀릴 줄 알았던 스포츠지 햇병아리 수습연예기자 ‘도라희’(박보영)의 좌충우돌과 우여곡절 자체가 취업이 힘든 요즘 젊은 세대, 취준생의 결코 웃을 수만은 없는 이야기로 감정 이입될 수 있다.
직장인의 로망중 하나가 좋은 직장상사 만나기다. 상사때문에 직장을 옮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 영화에 나오는 하재관 부장(정재영)은 한마디로 ‘또라이’ 상사다. 입에 욕을 달고 살며 하루종일 도라희에게 소리만 지른다. 도라희에게 “지금은 니 생각, 니 주장, 니 느낌 다 필요없어”(이게 기자에게 할 소리인가?)라고 말한다.
물론 하재관 부장도 애환이 있고 인간적인 면모도 느껴지지만, 이런 상사를 만난다면 직장 생활이 편할 리 없다.
여기서 하재관 부장은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이 자체로 너무 재미있다. 이 영화의 웃음의 90%는 정재영이 만들어낸다. 코미디 영화가 될 수 있게 만든 것도 정재영 덕이다. 정재영이 이런 캐릭터 연기를 이렇게 잘할 지 몰랐다. 보고만 있어도 웃긴다.
또 하나는, 항상 터지기 일보 직전인 하 부장에게 거의 탈곡기 수준으로 매일 탈탈 털리는 도라희에게 연민을 느끼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러니 정재영은 그 자체로 관객에게 웃음을 주고 연민까지 만들어내는 기특한 존재다.
영화 종반부 이야기는 특히 공감을 자아낸다. 도라희 기자가작성한 진실이 담긴 기사가 신문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출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되는지를 보는 것은, 대중들도 미디어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기레기’가 어떻게존재하는지를 관찰하고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라 밝히지 못하지만, 이 대목에서 답답한 ‘고구마’ 상태의 심리가 시원한 ‘사이다’ 상태로 바뀌는 쾌감이 느껴질 것이다.
막바지 쾌감의 ‘사이다‘를 제공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이는 진경이다.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 ‘장대표’ 역을 맡은 진경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는 악역이다. 진경의 활약으로 코미디 영화지만 제법 묵직한 긴장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박보영이 근무하는 스포츠지 스포츠동명 연예부에 근무하는 선배기자 배성우는 실제 기자 냄새가 가장 많이 나는 캐릭터였다. 편집국장 역으로 나오는 오달수는 재미는 있었지만 명성에 비해 활약이 조금 아쉬웠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