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집행위원장 해촉 위기…영화인들 연대 나설지 주목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지난해 성년을 지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전례 없는 ‘외압 논란’ 때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996년 출발, ‘아시아 영화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삼아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 도약했다. 지난해 제20회 영화제에서 관객 22만7377명을 동원해 역대 최다 기록까지 세웠다. 10여 일 동안 국내외 영화인과 관객은 부산을 찾아 축제 분위기에서 75개국에서 초대된 304편의 영화를 즐겼다.
그 이면엔 전운도 감돌았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벌어진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갈등 때문이다.
최근 부산시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용관 위원장을 재선임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계는 이를 정치적 외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영화제 보이콧을 할 움직임도 포착된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불과 8개월여 앞두고 벌어진 파행 조짐에 영화팬들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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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일 개막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ISUPPORTBIFF in Berlin’ 행사 [제공=BIFF] |
▶‘다이빙벨’ 상영부터 검찰 고발까지= 시작은 ‘다이빙 벨’이었다. 2014년 제19회 영화제에서 같은 해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 벨’의 상영이 논란이 됐다.
당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영화에 대해 “영화제에서 상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전례가 없는 일에 영화제 측은 크게 반발하고 예정대로 상영을 강행했다.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계속 커졌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산 삭감, 부산시의 쇄신 요구 등으로 영화제는 계속 휘청거렸다. 전열을 가다듬어 2015년 영화제를 치렀지만, 부산시의 압박이 다시 시작됐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ㆍ현직 사무국장 등 3명을 검찰 고발했다.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벌여 협찬금 중개 수수료 편법 지급 등을 적발, 시에 고발을 권고한 것을 부산시가 받아들였다.
영화제 집행위원회 측은 “지적된 협찬금 문제는 회계상 실수일 뿐 임의적인 부정지급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영화계 또한 ‘다이빙 벨’ 상영 이후 부산시가 영화제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로부터 2개월여 지난 2016년 2월, 부산시는 25일로 예정됐던 이용관 위원장의 재선임이 논의되는 자리인 BIFF 정기총회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
BIFF 관계자는 “영화제 측은 이 위원장의 재신임 안건을 총회에서 논의하고 총회를 열자고 말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총회를 열지 않겠다는 말들이 오가는 중”이라고 설명하며 “부산시의 의도를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예정됐던 25일 총회가 열리지 않으면 그 사이 이용관 위원장의 임기가 만료돼 자동 해촉되는 수순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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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국제영화제 로고 [제공=BIFF] |
▶영화계 ‘단체행동’ 나서나…껍데기뿐인 영화제 될 수도=영화계에선 현재‘정치적 외압’ 논란에 맞서는 단체행동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오는 20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회의가 열린다. 비대위는 지난해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 등을 검찰 고발한 직후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의 이름을 바꿔 새롭게 조직됐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영화감독조합 등이 포함된 영화단체연대회의 소속단체 대표 대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서은정 사무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단체 행동을 할 것인지 하지 않을 것인지, 각종 영화단체와 영화인들 범위에서 행동할지, 혹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체의 참여를 부탁할 것인지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라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으며 회의가 진행된 후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의 반발에도 부산시가 이용관 위원장의 해촉 절차를 밟고, 영화제도 강행할 경우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외 영화 수입ㆍ배급을 하는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용관 위원장이 해촉된 상태에서 올해 부산영화제가 치뤄진다면 해외 영화사들과 연대해 어떤 영화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한 영화계 관계자 또한 “사실상 빈 껍데기뿐인 영화제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라며 “영화계 내에서는 이 사태를 완전히 정치적인 탄압으로 보고 있고 분위기가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 2014년 광주 비엔날레에서의 상황과 겹쳐진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소재로 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이 광주시의 유보 압박으로 철거됐다. 이 사건으로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성장한 광주 비엔날레의 국제적 위상에 큰 타격을 입었다.
▶ 지지 성명ㆍ공개 서한…각국 영화인의 ‘응원릴레이’= 국내외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지하는 성명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지난 11일 개막한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열린 ‘#ISUPPORTBIFF in Berlin’ 행사에 참여한 150여명의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수호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알베르토 바르베라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장, 샤를 테송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집행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스테판 로딘 바르샤바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했다. 이날 모인 영화인들은 “문화 예술과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인 간섭을 중단하라”(알베르토 바르베라), “이용관을 지지한다”(샤를 테송)라는 입장을 밝혔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빌란드 쉬펙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부문 집행위원장, 토니 레인즈, 장 미셸 프로동 등 해외 영화평론가 등 114인은 17일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장은 영화제의 독립성 유지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부산 시장의 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압력과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탄압을 중지할 것을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