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두 사람은 불륜이잖아요. 그런데 감독님이 ‘상민과 기홍은 현실에 지쳐 도피처로 사랑을 택한 것이 아니다. 사람 대 사람, 남자 대 여자로 끌려서 사랑을 하는 것이다’라고 명확히 정하신 바가 있었어요. 그래서 상민을 연기할 때 오롯이 사랑이라는 감정에만 초점을 맞춰서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남과 여’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중점으로 극이 전개된다. 두 사람의 감정이 전부고 무엇보다 전도연과 공유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었다. 공유와의 첫연기 경험은 어땠을까. 그는 공유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그를 ‘정말로’ 알고 있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번 ‘남과 여’를 통해 그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공유씨가 기홍과 많이 닮아있는 부분이 있어요. 조심스럽고, 사랑을 해도 안해도 늘 일상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부분들이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이어 언론시사회 때 영화가 상영되면서 곳곳에서 터져나왔던 웃음들에 대해 “처음엔 굉장히 당황스러웠어요. 시나리오에서만 봤을 때 관객분들이 ‘남과 여’를 보고 웃으실 거란 생각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아마도 공유라는 배우가 ‘남과 여’에 합류하면서 무게감을 줄이고 작품이 갖고 있었던 부담스러움을 많이 해소해준 것 같아요.”라고 떠올렸다.
‘남과 여’는 전도연에게 숙제같은 작품이다.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는 여배우에게 상민의 감정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도연은 오히려 상민이 자신과 많은 부분이 달라서 걱정이었다고 했다.
“전 상민이 적극적이지 못한 사람이라고 봐요. 기홍은 표현만 애매모호 했지 그 나름대로 상민에게 행동을 보였잖아요. 상민은 남편으로부터 혹은 자신의 아이로부터 한번도 뜨거운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없고 그래서 그런 걸 표현하지 못하고. 기홍을 받아들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던 거죠. 반면 전 ‘뜨거운’ 사람이라 촬영했을 때 ‘나와는 좀 다른 여잔데’란 생각으로 상민이란 인물이 영화 속에서 변질되면 어떡하나란 걱정을 했었어요”

전도연은 ‘남과 여’에서 상민의 감정을 후회 없을 만큼 모두 담아냈다. 매 작품 마다 그렇게 맡은 역할에 동화돼 완벽히 표현할 수 있었던 이유로 그는 “‘내가 느끼는 감정이 진짜인가?’란 집착을 끊임 없이 해요.”라고 설명했다.
“사실은 그런 부분들이 저를 힘들게 하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영화를 좋게 볼 수 있지만, 그게 결국 전도연이란 배우 같아요. 제가 느끼고 있는걸 가짜로 표현할 수도 없고. 이게 정말 영화 속 인물이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인간 전도연이 느끼고 싶은 걸 느끼는 것인지. 그런 걸 계속 고민하고 잘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작품 속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놓지 못하고 끊임 없이 고민하며 표현해 내는 배우라는 직업의 애환이 이미 전도연의 삶의 태도에 많이 묻어나보였다.
“솔직해지려고 노력해요. 일할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 저한테도요. 어떤 상황에서든 솔직하지 못했을 때 제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솔직해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경우도 있어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배려했는데, 지금은 조금 더 저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조금 더 솔직해지자란 생각들을 했었어요.”
이미지가 전부일 수 있는 여배우들 속에서 솔직함을 목표로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하루하루 노력하는 여배우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전도연은 앞으로도 그가 말한대로 계속해서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 할 것이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감정일 경우 끊임 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자신이 해내야하는 역이라면 무엇이든간에 말이다.
(사진=쇼박스 제공)
이슈팀 이슈팀기자 /sean534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