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 즉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일과 병원이라는 조직에서의 인간관계와 갈등이 장르성을 보여준다면, 김래원(홍지홍)-박신혜(유혜정)-윤균상(정윤도)-이성경(진서우) 등이 나누는 사랑법을 보는 로코물로서의 재미도 쏠쏠하다.
만약 이들이 사랑을 멈추고 100% 장르 드라마로만 간다면 나는 이 드라마를 안볼 것이다.
그런데 ‘닥터스‘에는 이 두가지 요소 외에 성숙된 인간들을 보는 맛이 있다. 이들은 달달한 사랑만 하는 의사가 아니라, 성숙된 인간을 지향하고 있다. 그래서 애들이 좀 있어 보인다.
극중 김래원은 한마디로 초절정연애고수다. 순식간에 9살 연하 유혜정의 마음을 얻었다. 집에다 설치한 인형뽑기 장치가 영화 ‘사랑과 영혼’의 도자기 빚는 장면 못지 않는 효과를 가져올지 누가 알았을까.
홍지홍은 매너짱으로 연애만 잘할 뿐만 아니라 정도(正道)를 걷는 인간이다. ‘빽’이 있다고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는 게 아니라 원칙을 지키고 방향을 제대로 잡는 의사다. 그런 의사 밑에서 배우는 수련의들이 부러울 정도다. 욕망과 확장으로만 나가는 병원장의 야심에 제동을 걸고 김태호부원장(장현성)과 함께 국일병원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래원의 애인역인 박신혜가 맡은 유혜정은 멜로물 여주인공으로는 매우 주체적이고 진화된 캐릭터다. 이 사실은 ‘민폐연애는 안한다’는 한마디로도 짐작 가능하다. 중요한 일을 자기 혼자 결정하는 김래원에게 했던 이 말의 효과는 크고 여운도 오래 남아있다. 좋은 사람과 좋은 남자(여자)가 다르다는 걸 확인시켜주었다.
하명희 작가 입장에서는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을 비롯해 멜로물의 적지 않은 여주인공들이 민폐사랑을 했다고도 볼 수있다.(이것도 기자의 생각이다) 박신혜는 사랑하는 남자의 인생에 깊숙히 들어가려고 한다. 한마디로 당찬 여성이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할머니 수술 사건도 남자친구 도움 없이 하나하나 밝히고 있고, 국희의원 VIP 환자 건은 후배 의사에게 책임을 전가 하지 않고 스스로 징계를 받겠다고 하며 자존심을 지킨다.

16회에서 이성경(진서우)이 윤균상(정윤도)에게 “혜정이에게 백날 잘해봤자 쓸데없는 짓이야”라고 하자 윤균상은 “쓸데 없는 짓이니까 사랑이야. 내가 내 맘대로 하고 유선생이 자기맘대로 하는 거잖아”라고 말한다.
윤균상이 이성경에게 “징징대지 말고 이제 부모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할 때는 정말 멋있어 보였다.
금수저에다 성숙한 인간, 거기에 우월한 비주얼까지..달달하고 설레게 할 뿐만 아니라, 사람과 인생관에 대해 배울 것까지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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