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소희는 유승호의 마음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화군은 세자에게 사랑한다고 했지만 세자는 가은(김소현)을 사랑한다고 했다. 화군은 그래도 좋으니까 무사히 잘 지내기만 하라고 했다. “나를 사랑안해줘도 괜찮다. 하지만 나는 당신이 하는 일을 위해 열심히 도우겠다“가 윤소희가 유승호에게 향하는 마음이다. “저하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라는 대사가 이를 말해준다.

그런데도 윤소희는 유승호에게 입맞춤을 하려고 했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죽은 줄 알았던 세자가 자신에게 나타낸 데에 대한 벅참이 첫번째였을 것이다. 두번째는 윤소희가 국정을 농단하는 편수회의 대목인 할아버지(허준호)의 말을 어기고 짐꽃밭에 불을 지르기 직전 혹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유승호와의 감정을 표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성에게 키스를 시도하는 건 현대극에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군주‘는 유승호-김소현-윤소희의 삼각구도 감성을 섬세하게 끌고 가고 있다. 여기에 가짜 왕(엘)이 김소현을 사랑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로는 유승호-김소현, 유승호-윤소희 두 구도 모두 로미오와 줄리엣 관계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김소현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게 유승호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윤소희 할아버지인 대목 허준호는 유승호의 아버지인 왕(김명수)을 죽인 후 천민 출신 허수아비 왕(엘)을 내세우고 전권을 장악한 인물이다. 왕세자 유승호는 보부상 두령으로 외로운 사투를 벌이며 기회를 엿봤다. 애시당초 유승호와 윤소희가 맺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유승호는 허준호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유승호 아버지가 허준호와 힘을 합쳐 선왕(유승호의 할아버지)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점점 복잡해져갔다.

하지만 유승호의 사랑에 대한 마음은 확고부동하다. 상황이 힘들어 김소현을 모른 채 한 적은 있었다. 그것이 김소현에게 해가 가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승호의 사랑은 김소현에게만 향하는 순수 그 자체다. 그래서 윤소희의 키스를 거절할 수 있었다. 다 된 키스를 망칠 수 있는 순수함이 유승호의 매력인지도 모른다. 사랑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이래야 한다.
윤소희는 헌신만 하는 지고지순 사랑이다. 남자에게 마구마구 퍼주지만 가시적으로 돌아오는 게 별로 없는 화군의 순애보 사랑법. 윤소희는 강함의 연기는 충분히 전달됐다. 그 무서운 할아버지의 밑에서 소신을 펼치려면 얼마나 악바리여야 하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독하고 강한 연기도 중요하지만, 화군의 마음속 복잡함과 여림, 결핍, 허무함도 있는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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