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책 변화·통화정책 차별화 등 불확실성 대비
이억원 “펀더멘털 견고…테일 리스크도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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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간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운영해 온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프로그램’을 내년까지 연장 가동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와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판단에 따라, 금융시장 변동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을 유지하겠다는 취지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및 민간 전문가들과 함께 ‘금융시장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경제는 충분한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운영 중인 시장안정조치를 내년에도 지속 운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 참석자들은 올해 한국 경제가 상반기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 속에서도 하반기 이후 반도체 등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전반적인 안정세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4300억 달러(약 635조원)가 넘는 외화보유액과 20bp(1bp=0.01%포인트) 초반대의 낮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탄탄한 펀더멘털을 언급하며 “어떤 대내외 충격에도 대응할 복원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시장안정프로그램을 통해 비우량 회사채·CP를 중심으로올해 약 11조8000억원을 신규 매입하면서 시장 안전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내년 금융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참석자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일본·호주 등 일부 국가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통화정책 차별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동성을 키우고 위험자산 가격 조정을 유발할 수 있는 핵심 위험 요인이다. 또한, 인공지능(AI) 산업 과열에 대한 경계감과 지정학적 리스크 재확대 가능성도 잠재적 불안 요소로 꼽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내년에도 채권·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최대 37조600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최대 20조원 ▷정책금융기관의 회사채·CP 매입프로그램 10조원 ▷신용보증기금 P-CBO 프로그램 2조8000억원 등이 포함된다.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도 차질 없이 이어진다. 정부와 금융권은 ▷PF사업자 보증(40조원) ▷PF 정상화 지원펀드(4조9000억원) ▷준공 전 미분양 대출보증(5조원) 등 총 60조9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지속 운영해 건설·부동산업계의 자금 숨통을 틔울 예정이다.
내년 4월로 예정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채권시장의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WGBI 편입으로 약 75조~9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면서, 수급 안정에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는 국채 발행 확대와 주요국 금리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내년도 회사채·은행채·여전채의 만기 구조를 자세히 점검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금융권 건전성 현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금융정책의 3대 축으로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 ▷신뢰받는 금융을 제시하며 이를 위한 토대로 금융시장 안정이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그는 “위기는 늘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며 확률은 낮지만 발생 시 파급력이 큰 ‘테일 리스크(Tail Risk·발생 확률은 매우 낮지만 한 번 터지면 시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극단적인 위험)’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관계기관·시장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거시 건전성 리스크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시 과감하고 선제적인 시장안정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