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양보 못해…전쟁이후 억지 수단”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전쟁 재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초강경 메시지를 내놨다.
19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에브라힘 아지지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권이 “우리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며 “이란이 선박의 해협 통과 허가를 포함한 모든 통행권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휘관 출신인 그는 해당 방침이 법적으로도 뒷받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해상 안전, 국가 안보를 근거로 한 헌법 제110조 기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으며, 군이 이를 집행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지지 위원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적에 맞서기 위한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해상 통제 능력을 협상 카드이자 장기적 억지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테헤란대 연구자 모함마드 에슬라미 역시 “전쟁 이후 이란의 최우선 과제는 억지력 회복”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은 핵심 전략 레버리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국가들이 새로운 해협 체계에서 이익을 얻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있지만, 통제권 자체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걸프 지역 국가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의 외교고문 안와르 가르가시는 호르무즈 봉쇄를 “적대적 해적 행위”로 규정하며, 이를 방치할 경우 글로벌 해상 질서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아지지 위원장은 중동 내 미군 기지를 언급하며 “오히려 그들이 미국에 지역을 넘긴 해적”이라고 반박했고, 미국을 “세계 최대의 해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지역 안보 협력을 지속적으로 제안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란 내부의 강경·온건 노선 갈등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온건파 접근이라거나 강경파 접근이라는 것은 없다”며 일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해협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단지 협박에 맞서 권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이란은 전쟁 재개 가능성에 대비해 군사적 준비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이날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의 충돌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이 경우 중동의 주요 원유 생산·수송 거점들이 새로운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타스님은 최근 미군이 함정 이동과 함께 C-5, C-17 등 대형 수송기를 동원해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바레인 일대에서 섬과 해안 점령을 가정한 훈련과 정찰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두 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적 압박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이 협상 시도를 가장해 이란 영토에 대한 기습 공격을 준비하는 경우다. 타스님은 미국이 과거 핵협상 과정에서도 군사 행동을 병행했던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을 거론하며 “협상보다 전쟁 가능성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란은 전쟁이 재개돼 자국 인프라가 다시 공격받을 경우, 기존의 제한을 풀고 걸프 지역 핵심 에너지 시설을 직접 겨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바브엘만데브 해협, 사우디 아람코 시설, 홍해 연안 얀부 산업단지, UAE 푸자이라 항구 등이 잠재적 대상로 거론됐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잇는 글로벌 물류 동맥으로, 이미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이곳까지 차단될 경우 에너지 및 물류 시장에 충격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타스님은 “이란은 휴전 기간을 활용해 모든 미사일과 드론 기지를 재가동했다”며 “전쟁이 재개되면 초기 수시간 내 탄도미사일 수백 기가 발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