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안도 걷어찬 노조…총파업 위기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결렬]

삼성전자 노사 사후조정 끝내 결렬
노조 ‘성과급 제도화’ 기존 입장 고수
정부, 총리 주재 긴급관계장관회의
구윤철 “세계적 기업, 파업 절대 안돼”
회사 “노조 결렬 선언 매우 유감”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 높아져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오른쪽 사진) 부사장과 최승호(왼쪽 사진)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각각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

정부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노사의 극적 타결은 없었다. 우려했던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경제는 이제 ‘반도체 생산차질’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이에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향후 삼성전자 파업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처럼 총파업이 임박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정부도 해법 찾기에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이 정부 조정안마저 걷어차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약 30조~4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되는 파업 개시일까지 불과 8일 남았다.

1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중재로 진행된 삼성전자 노사의 성과급 사후조정 절차는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관련기사 2·3면

첫날 12시간에 걸쳐 협상을 벌인 노사는 12일에도 오전 10시부터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며 자정을 넘겼다. 진통 끝에 중노위가 직접 나서 조정안 초안을 제시했으나 노조 측은 최종 조정안을 보기도 전에 협상장을 박차고 나가며 13일 새벽 2시50분 결렬을 선언했다.

약 17시간에 걸쳐 대치하다가 협상장을 나온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은 “(중노위) 조정안은 요구했던 것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성과급 상한 폐지와 투명화·제도화를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며 최종 결렬을 선언한 이유를 밝혔다. 노조는 그동안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성과급 상한선(연봉 50%) 폐지 제도화’ 방침을 고수해왔다. 회사 측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사후조정 절차도 파국으로 몰고 갈 것임을 이미 암시해 이번 결렬을 두고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회사 측은 노조가 시종일관 ‘경직된 제도화’만을 고집하며 사태를 파업으로 몰고 가고 있는 점에 대해 강한 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정부가 노사 양측의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협의를 지원했으나 노조는 결렬을 선언했다”며 “회사는 물론 협상 타결을 기다리는 임직원, 주주와 국민들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치는 행동이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는 막겠다는 입장이지만 최 위원장은 “오늘로 끝”이라며 추가 조정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결국 파업이 현실화하면서 삼성전자는 물론 정부 및 산업계 관계자들은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 총리는 이날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자신의 X에 올린 글에서 “삼성전자는 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기업이다.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원칙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끝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정부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통해 파업 저지에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더라도 30일이 경과하면 노조는 쟁의행위를 재개할 수 있어 임시방편 조치에 불과하다. 오히려 노사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는 만큼 정부로서는 직접 개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위원장도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더라도 파업 시기만 미뤄질 뿐 노사관계는 그대로 끝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사법부의 판단이 파업 여부를 결정 짓는 1차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불법 파업을 금지해 달라며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2차 심문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원지방법원에서 시작됐다.

현행 노조법은 ▷안전보호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노조가 반도체 생산라인을 점거해 가동이 중단될 경우 엔비디아·AMD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메모리 생산량이 감소하고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반드시 쟁의행위 금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소액주주단체들도 이날 수원지법 앞으로 집결해 법원의 가처분 인용을 요구하며 노조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법무법인 마중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노조 측 역시 이날 심문에서 장시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파업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예고된 파업 개시일 전에는 결론을 낸다는 방침이어서 이르면 이번주 14~15일이나 다음주 초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일·박지영·배문숙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