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기자재 호황의 역설, ‘딜 성사’ 왜 더 어려워졌나 봤더니 [투자360]

케이조선·STX엔진·현대힘스 줄줄이 매물로
글로벌 프로젝트 호재 속 밸류 부담·정책 리스크 교차


[출처=케이조선]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조선업계가 수주 호황과 글로벌 주가 급등으로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오히려 과열 신호가 감지된다. 주요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잇따라 매물로 등장하면서 호황이 만들어낸 몸값 착시가 거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케이조선을 비롯해 STX엔진, 현대힘스 등 주요 조선·기자재업체들이 자본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다. 이들 매물을 보유한 일부 주주들은 블록딜(시간외매매) 등으로 지분을 분할 매각하며, 자금 회수와 동시에 잠재 인수자의 부담을 완화하려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는 최근 STX엔진 100만주(약 2.49%)를 추가로 매각해 보유 지분율을 61.68%로 줄였다. 2018년 STX엔진을 인수한 유암코는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STX엔진 지분을 축소해왔다.

다만 조선업 업사이클이 견인한 주가는 전량매각 시점을 저울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1년 새 STX엔진 주가가 두 배 이상 뛰면서, “고점일 때 팔자”는 계획이 시장에서 소화될지 여부에 업계 관심이 모였다. 현대힘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대주주 제이앤프라이빗에쿼티(PE)는 최근 블록딜로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매각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비슷한 시기 케이조선(옛 STX조선해양) 역시 매물로 등장했다. 유암코-KHI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매입에 더해 운전자본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 비용까지도 소화 가능한 원매자를 찾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관계자는 “선박금융 차입금 등 금융부채를 감안하면 인수자가 수조원대의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서는 케이조선 인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복수의 매물이 인수자를 찾아 대기 중이지만 높아진 몸값과 글로벌 정세 리스크는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았다는 지적이다.

조선업 호황기의 주가 급등 배경에는 한미 조선해양산업협력 프로젝트(MASGA)가 있다. 다만 새로운 성장축으로 기대를 모았음에도, 정책 변수가 큰 상황에서 민간이 독자적으로 움직이긴 어려운 점은 발목을 잡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뜻 보기엔 매도자가 꽃놀이패를 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금이나 정책 리스크 등 얽힌 실타래를 풀어내야하는 복합적인 딜”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단순한 산업 구조조정 시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기 보다는 호황기 옥석가리기 무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시장 관계자는 “전략적 이슈가 구체화되지 않는 한 실질적 거래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조선업 호황의 끝자락에서 ‘매각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투자금 회수로 실력을 증명해낼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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