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터뷰]잔나비, 동네밴드 넘어 웸블리 공연 록스타까지 ‘전진’

“어릴 때부터 뭉쳐 동네 조그만 창고에서 시작해 웸블리까지 입성하는 밴드를 원했어요. 마치 그게 이뤄져가는 것 같아요. 국내에도 그런 록스타가 만들어져 웸블리에 갈 수 있다는 꿈을 전하고 싶습니다.”(도형)

‘히트곡메이커’ 신사동호랭이가 프로듀싱에 나선 신인 밴드가 등장했다. 약 80회가 넘는 버스킹 공연으로 검증된 실력을 갖춘 3인조 밴드 잔나비가 그 주인공이다.

잔나비는 지난 4월 28일 첫 싱글음반 ‘로켓트’를 발매했다. 포크록과 레게비트가 가미된 곡으로, 마치 영국 록밴드 퀸의 음악적 색깔이 묻어 있는 듯 순간순간 바뀌는 장르전환이 인상적이다. 특히 브라스와 피아노를 재즈풍으로 연주해 인디음악의 독특한 느낌을 살려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인디밴드, 히트곡메이커와 ‘로켓트’로 만나다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신사동호랭이와 개성 있는 인디밴드의 만남은 과연 어떤 색깔을 만들어낼지 궁금증을 높인다. 리더 정훈은 신사동호랭이에 대한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신사동호랭이 형과는 ‘슈퍼스타K 5’에서 알게 됐어요. 제가 혼자 플랜비에 속하게 됐어도 원래 팀인 잔나비를 계속 생각했어요. 제가 어떻게 희생하면서 잔나비를 알릴까라는 생각만 했죠. 그때 신사동호랭이 형과 대화하면서 잔나비를 챙겨달라고 부탁했어요. ‘슈퍼스타K 5’ 이후 잔나비로 앨범을 내려고 하던 중 작곡가 분들을 만나면 대부분 곡을 고쳐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곡이 훼손되는 게 겁났어요. 그런데 신사동호랭이 형은 달랐죠. 절대 손 안대는 게 프로듀서의 할 일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신사동호랭이 형의 프로듀싱으로 ‘로켓트’가 탄생됐죠.”(정훈)

사실 이들에게는 대중적으로 생각했던 곡 ‘봉춤을 추네’ ‘노벰버 레인’ 등이 있었다. 하지만 멤버들마저 독특하다는 이유로 보너스트랙으로만 생각한 ‘로켓트’가 데뷔곡이 됐다. 자신들만의 음악을 위해 각각 다양한 방법으로 곡을 만드는 잔나비. ‘로켓트’는 멤버들이 추구하는 음악의 흐름대로 탄생했다.

“저희가 듣는 장르가 각자 달라요. 도형이는 가요를 많이 듣고 저는 영국 밴드 음악, 영현이는 영화음악을 좋아하죠. 딱히 어떤 장르가 잔나비 스타일이라고 정할 수는 없어요. 그저 흐름이 있고 서사적인 음악을 하고 싶어요. ‘로켓트’도 저희 곡들 중에서 가장 그런 색깔이 있어서 첫 싱글로 나오게 된 거죠.”(정훈)

‘로켓트’는 멤버 각자의 음악적 색깔에 맞게 버무려졌다. 어찌 들으면 중구난방이라 할 수 있지만 이것이 이들의 매력. 가사 역시 곡 자체의 무거운 분위기에 반대되는 유치한 내용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멋있고 과도하게 포장하기보다 멤버들의 상상력과 나이에 맞는 진솔함을 내세워 신선하게 다가온다.


◆잔나비, 동갑내기 세 친구의 음악세계

‘로켓트’로 정식 데뷔하게 된 잔나비는 앞서 버스킹을 통해 실력을 쌓아왔다. 정훈은 버스킹에 대해 “클럽은 차려진 밥상이다. ‘어떻게 먹느냐’인데, 버스킹은 완벽하게 처음부터 재료를 엄선해서 ‘드십쇼’라고 하면서 평가받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버스킹은 쉽지 않았지만 이들을 성장시킨 것은 분명했다.

“제일 냉정한 게 버스킹 같아요. 방송이나 무대 공연은 저희를 주목하고 듣죠. 하지만 버스킹은 수시로 곡 변경을 해야 돼요. 사람이 많으면 타이틀곡을 하는 등 즉흥적인 게 많죠.”(도형)

버스킹을 통해 잔나비의 래퍼토리는 10곡에서 50곡 내지 70곡으로 늘어났다. 다양한 곡 선정을 위한 멤버들의 노력이다. 이처럼 음악에 대한 열정은 멤버들의 학창시절부터 시작됐다. 동갑내기 원숭이띠 세 멤버 중 도형과 정훈이 학창시절 동네 라이벌 밴드로 인연을 맺으면서 잔나비의 탄생을 알렸다.

정훈과 도형은 중고등학교 시절 서로 같은 동네 라이벌인 밴드에 있었다. 이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 밴드를 만들고, 21살 때는 도형의 동창인 영현을 만나 영입하게 됐다.

한 팀이지만 음악적 취향도 달라 곡을 만드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도형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미디를 만지는 것을 좋아한 만큼 컴퓨터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멜로디가 나오면 컴퓨터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곡을 만들었다. 반면 영현은 음악을 공부로 접한 만큼 다른 방식으로 작업에 임했다.


“도형이가 컴퓨터로 출력 전에 정리하는 역할이에요. 저 혼자서는 반대로 작업하죠. 통기타나 피아노로 작업하고 악보를 그려요. 출력이 다르죠. 도형이는 음악을 뽑는 게 컴퓨터고 저는 일차원적으로 악보를 통해서 만들어요.”(영현)

정훈의 곡 작업은 조금 비밀스럽다. 곡을 생각하면 세 멤버가 뿔뿔이 흩어지는 가운데 정훈은 혼자 방에서 춤을 추면서 흥얼거리고, 영현에게 들키기도 한다. 정훈이 “이렇게 들어가면 좋겠다”고 하면 도형의 컴퓨터로 만들어지고, “어떤 코드다”라고 하면 영현에게서 악보로 만들어진다. 멤버들의 협업이 이루어지다보니 서로의 작업방식을 배우면서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파트 구성도 피아노, 보컬, 기타의 조합이 가지는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며 장점으로 삼아 잔나비만의 노래를 만들었다. 리듬 파트들만 빠져서 오히려 독특한 것들을 뽑아낸다. 박자 전환도 틀에 갇힌 리듬파트가 있으면 새롭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피아노는 엄청 포괄적이에요.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죠. 복합적이고 감싸줄 수 있는 악기라서 좋아요. 리듬에서는 리듬악기 같고 멜로디 칠 때는 선율 악기 같죠.”(영현)

정훈과 도형은 보컬과 기타 파트의 대비되는 입장에서 새로운 발견을 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축구선수 주장이었어요. 주목을 받고 싶은 게 있는데 음악을 할 때도 그런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만약 드럼이나 다른 악기를 제가 했다면 성에 안 찼을 거예요. 역시 강한 임팩트는 보컬이라 생각해요. 제가 그 역할을 하게 돼 책임감이 생기는데 다른 멤버들이 공연할 때보다 스트레스가 안 생겨요. 이렇게 신나는 상황인데 생각하며 연주하는 게 신기하죠.”(정훈)

정훈의 보컬에 대한 애착은 주목받는 욕심에서 비롯됐지만 그만큼 그 역할을 확실히 이해했다. 반면 다른 파트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도형의 말에 또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


“저는 반대에요. 기타를 안 쥐고 스트레스 어떻게 풀겠어요. 저는 대학에 들어갈 준비 중 기타와 피아노를 두고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기타로 결정하게 됐는데 기타 줄을 칠 때 줄을 올리면서 제 표정은 물론 감정도 함께 올라가는 희열이 있더라고요. 제 감정을 기타에 실을 수 있는 게 매력이었죠.”(도형)

이처럼 각자 생각이 다른 동갑내기 친구는 본의 아니게 잠시 떨어지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잔나비에 대한 더욱 큰 애정으로 이어졌다.


◆잔나비, 위기 넘어 성장으로 향하는 동네밴드 록스타

리더이자 보컬인 정훈은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 5’ 출연 이후 “약간 정신병 비슷한 게 걸린 것 같았다”며 강박증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잔나비가 아닌 플랜비라는 팀에 가서 음악적으로 맞지 않는 사람들과 노래를 불러야 했기 때문.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틱 장애가 생겼죠. 심지어 모르는데 가서 소리를 질렀어요. 그러다 생각이 든 게 ‘잔나비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 나를 위해서는 안한다고 할 수 있지만 잔나비를 위해서는 명예 회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동시에 ‘슈퍼스타K 5’를 통해 음악적으로 어떻게 변해야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디션에 임할 때도 우승보다는 많이 배워오자고 결심했는데 음악 이외에 방송과 관련해서도 많이 배웠죠.(웃음)”(정훈)

이처럼 잔나비는 비록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분리되는 경험을 했지만 서로가 하나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함께 생활하는 만큼 모자란 부분은 채워주고 어긋나는 부분은 다듬었다.


“스무 살까지 살아온 성격이 있었는데 성격을 고쳤어요. 같이 살면서 마음에 안 드는 부분도 보여요. 친구라서 생각 안 했는데 다 터놓고 할 말 하는 게 친구라고 생각하면서 같이 고치게 되더라고요.”(도형)

“내가 하고 싶은 멜로디나 마음에 드는 편곡을 밀어붙이는 성격인데 그런 부분에서 둘의 입장을 생각하면서 제 색깔을 녹아들게 했죠. 음악으로 시작해 밥 먹는 것도 조절해요. 식사 결정은 영현이가 못 먹는 음식을 배제해서 하는 거죠.(웃음)”(정훈)

영현은 낙천적인 성격임에도 진지하게 생각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즐기자는 느낌이 강한 영현이지만 나머지 두 멤버의 열심히 하는 태도에 녹아들었다.

이처럼 뚜렷한 세 가지 색을 지니며 새로운 록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잔나비. 이들은 곧 미니음반 발매하고 전국 투어 버스킹도 임할 계획이다. 동네 친구들이 모여 영국 웸블리를 향해 나가는 잔나비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최현호 이슈팀기자 /lokkl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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