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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속에서 발견된 노란색 이물질.[틱톡 Morgan Godwin 채널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치킨을 먹다보면 종종 접하는 노란색 덩어리. 통상 덜 익은 튀김 반죽, 지방 덩어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의 정체는 ‘고름’. 즉, 염증 덩어리다.
원인은 잔인한 사육 환경. 닭들은 날갯짓 한 번 하기 힘든 크기의 우리에서 평생을 살며 과도한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면역력이 떨어진 닭들은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런 의식 없이 병든 닭을 그대로 섭취하는 소비 구조.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잔인한 사육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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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속에서 발견된 노란색 이물질.[틱톡 Morgan Godwin 채널 갈무리] |
미국의 영상 크리에이터 모건 고드윈(Morgan Godwin)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치킨은 오염됐다(chicken is ruined)’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치킨을 먹는 중 살 속에 노란색 물질을 발견해 이를 영상으로 제작한 것.
영상 속 크리에이터는 “치킨에서 끔찍한 것들을 찾았다”며 치킨 속 이물질의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8만회 이상 공유되며 각종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댓글 창에는 “나도 닭고기에서 노란색 이물질을 발견한 적 있다”는 식의 반응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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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닭에서 발견된 노란색 이물질.[X(구 트위터) 갈무리] |
해당 치킨에서 나온 것의 정체는 닭의 ‘고름’. 세균 감염이나 염증 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노란색의 점액질이다. 감염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백혈구 등 면역세포, 죽은 조직, 박테리아 등이 뭉쳐서 형성된다.
물론 지방이 노란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차이점은 존재한다. 조리 전 고름은 조금 더 액체 형태에 가깝다. 힘을 주어 짜면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튀김 등 조리 과정을 거친 경우, 조직이 굳어 구분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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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사육장 모습.[게티이미지뱅크[ |
고름이 생기는 원인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란색 고름은 면역력이 떨어진 닭에서 주로 발생한다. 특히 좁은 우리, 다량의 항생제 및 살충제 노출 등 잔인한 사육 환경에서 키워진 닭에서 고름이 다수 발생한다. 병든 닭인 셈이다.
식탁에서 노란색 고름을 보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병든 닭이 희귀하지는 않다. 육가공 처리 과정에서 폐기되거나, 깨끗한 부위만 남은 상태로 출고되기 때문이다. 살 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았던 고름이 간혹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해지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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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닭 사육 농가 모습.[동물해방물결 제공] |
이는 일부 국가에 한정된 사례가 아니다. 2023년말 기준 한국에서 사육 중인 닭의 수는 약 1억8200만마리다. 이중 고기용 닭은 약 9000만마리에 달한다. 고기용 닭의 사육밀도는 1㎡당 9마리 이하. 가로세로 길이 30㎝ 남짓에 불과한 크기에서 평생을 사는 셈이다.
이같은 사육 밀도는 닭의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닭의 이동성을 제한하며 피부염, 깃털 오염,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 등 문제를 초래한다. 전염병 방지를 위해 사용된 항생제 등은 직접 인간에 몸까지 전달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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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닭 사육 농가에서 확인된 해충의 모습.[동물해방물결 제공] |
한국축산식품과학회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소매 식료품점에서 총 58개의 닭고기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항생제 잔류물의 총 검출률은 45%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 노란색 고름을 직접 섭취할 경우 직접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고름은 대게 세균 감염의 결과물로, 감염 원인에 따라서는 식중독 등 질병을 유발할 가능성도 있다.
감염 부위에서 만들어진 독소와 염증 물질은 인체에 들어오면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대부분은 고온 조리를 할 경우 유독성이 사라지지만, 일부 독소 물질은 조리로도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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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사육 농장에서 길러지는 육계.[게티이미지뱅크] |
이에 닭의 사육환경을 개선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동물권리단체 위애니멀스는 성명서를 통해 “노란색 고름은 전 세계에서 희생되는 90억마리 닭이 겪는 고통의 한 예일 뿐”이라며 “모든 동물은 착취당하지 않고 존중받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닭을 포함한 축산물에서 이물질이 발견될 경우 ‘부적합’으로 판정해 폐기 처분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생산 공정에서 발견되지 않은 이물질이 포함된 닭고기가 유통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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