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AI 스타트업으로 ‘독자 해외주식 지수’ 개발

거래소, 해외지수 독자개발은 처음
해외유출 중인 수수료 절감 기대
페어랩스 인수로 개발 사업 탄력




한국거래소가 최근 인수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활용해 해외주식 지수를 직접 산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가 국내주식이 아닌 해외주식 종목을 기반으로 독자 지수 개발에 나서는 건 이번이 최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인수한 AI 스타트업 페어랩스를 활용해 해외주식 지수 개발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수(Index) 사업은 단순히 숫자를 산출하는 것을 넘어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 금융상품의 ‘설계도’를 제공하는 핵심 비즈니스로 꼽힌다. 특히 ETF 시장이 10년 전 24조원 규모에서 최근 375조원 규모로 1463%가량 성장하면서 지수 사업의 중요성은 훨씬 커졌다. 지수를 활용한 ETF 상품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거래소는 글로벌 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해외거래소, 스탠더드앤드푸어스 다우존스 인디시즈(S&P DJI) 등과 공동으로 해외주식 지수를 개발하는 방식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수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면서 이제 독자 지수 개발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주식 지수 시장에서 한국거래소의 위치는 독보적이지만, 해외주식 지수 영역에서는 S&P,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나스닥(NASDAQ) 등에 밀려 사실상 존재감이 없다.

NH투자증권 등 민간 사업자들이 새롭게 등장하며 지수 시장 경쟁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자체 개발 지수 브랜드 ‘iSelect’ 시리즈를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중이다.

그 결과, ETF 시장이 막 태동하던 20여년 전 100%였던 한국거래소의 인덱스 점유율은 2016년 3월 말 42.93%까지 하락한 데 이어, 이달 25일 기준 23.03%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S&P나 나스닥 등 해외기관의 점유율은 29.3%에서 40.9%로 크게 늘었다. 1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NH투자증권도 5.09%를 차지하는 등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통상 운용사들은 특정 테마 ETF를 출시할 때 인덱스 사업자에게 특정 종목을 담은 지수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다. 지수 산출이 완료되면 운용사는 인덱스 사업자에 일정 사용료를 내고 이를 추종하는 ETF 상품을 출시한다. 지수 사용료에는 해당 ETF의 기본 사용료와 순자산가치에 따른 정률 수수료가 포함된다.

해외 지수를 활용하려면 해외 지수사에 막대한 로열티를 내야 한다. 향후 한국거래소 등 국내 지수사가 해외주식 지수를 직접 산출하면, 국내 운용사 입장에선 보다 저렴한 수수료로 지수를 사용하게 된다. 한국거래소 입장에선 기존 국내주식 지수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다.

해외주식 지수 개발은 한국거래소의 오랜 과제이기도 했다. 해외주식 지수를 만들려면 해외 기업 회계, 해외 주식 시세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고도의 정보·기술(IT)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인력과 시스템이 한계였다.

한국거래소가 해외투자를 위한 지수 개발에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페어랩스 인수가 결정적 계기였다. 페어랩스는 거래소가 출범 이후 사상 처음으로 인수한 스타트업이다. 거래소는 인수를 위해 지난 1년간 AI 및 데이터 분야의 30여개 후보 기업을 검토했다. 인수대금은 67억원으로, 한국거래소의 지분율은 67%다. 페어랩스는 뉴스, 공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 등 방대한 비정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의미 있는 지표를 추출하는 데 강점이 있는 회사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가 만드는 해외지수의 가격이 더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은 편”이라며 “개발 시간 측면에서도 해외 사업자보다 빨리 만든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문이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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