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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작년 합의안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혀 한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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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국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를 작년 합의안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한국 정부와 대외 교역 파트너들, 대내 정국까지를 겨냥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정부에는 빠른 합의 이행과 미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압박하면서 재협상을 유도하는 수(手)가 된다.
다른 교역 파트너들에도 성실한 이행을 요구하는 경고성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최근 이민자 단속 등으로 입지가 위태로운 국내에서 강건한 관세 대통령 이미지를 앞세워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대내 정치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쿠팡 제재·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뿔난 美? 합의까지 뒤집은 관세폭탄=‘상호관세 인상’이란 돌발 발언은 한국에는 다각도의 압박이 된다. 1차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의도는 빠르고 성실한 협의 이행이다. 아직 한국 국회에서 계류중인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을 빨리 통과시켜, 무역 협정을 성실히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한국 정부에 ‘기존 합의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속내가 있다. 관세를 이미 합의한 15%에서 25%로 올려놓고, 재협상을 통해 미국에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마무리지으려는 전략일 수 있다.
폭스비즈니스는 “이번 조치는 관세를 일시적인 협상 도구가 아닌 무역 규정 준수를 강제하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전략의 일환”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던진 ‘관세폭탄’을 수습하려면 양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관세폭탄이 떨어진 시점을 보면 한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쿠팡에 대한 제재와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한 불만도 중요한 대목으로 보인다. 회원 개인정보 유출로 국민적 분노를 산 쿠팡은 한국 정부의 조사에 협조하기 보다 미국에서 로비에 전념하며,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 차별’이란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미 의회도 쿠팡 측 입장에 상당히 기울어 지난 14일 하원 청문회에서 한국 정부가 명백히 미국 기업들을 겨냥한 제재를 입법화하려 하고 있다는 성토가 빗발쳤다.
트럼프 행정부는 2주전 한국에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의 무역 분야 합의 후속 조치 이행을 촉구하라”는 서한도 보내, 국회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조치를 이어가기도 했다.
미국은 무역 합의 이후 한국 국회가 제정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국회에서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고, 지난 23일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 묻기도 했다.
특히 미국 정보기술(IT) 투자회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미국무역대표표(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조치를 조사하고 통상법 301조에 근거해 관세 및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상법 301조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통상 협정의 본질을 훼손하는 부당하거나 비합리적인, 차별적인 법이나 정책을 편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제한 조처를 할 수 있다. 쿠팡을 비롯한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차별이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상호관세 합의 이후에도 ‘관세 리스크’가 계속될 수 있는 것이다.
▶“들은 바 전혀 없다” 정치권 당황=트럼프 대통령의 기습 발표에 정치권은 “지난해 체결된 관세 합의는 국회에 법안이 제출되는 시점에 맞춰 관세를 소급 인하하기로 분명히 설계가 돼 있었다”면서 당혹스러운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한미 무역 및 관세에 관한 협정 비준동의안’과 ‘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대미투자특별법)이 발의돼 있다. 민주당은 국회 비준 없이 대미투자특별법을 통과시키면 된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헌법 60조에 따라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이기 때문에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여당 간사인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입법 지연에 대한 미국으로부터의 실무적 어필을 받은 바가 없다”면서 “한미 합의 내용은 (국회) 법안 발의였고 통과시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준 시한에 대한 명확한 합의사항이 없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뜻대로 관세 인상 보복이 가해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국회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열 것을 정부와 여당에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유럽, 캐나다, 중국, 잘봐라”…대외에 ‘경고 시그널’=트럼프의 압박은 단순히 한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외신들은 다른 교역 파트너들에도 협정 비준과 이행을 차일피일 늦추면 관세를 올려버리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 분석했다.
특히 외신들이 주목한 대상은 유럽과 캐나다·중국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6월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었지만 아직 이를 정식 비준하지는 않았다. 당초 이달 26~27일 사이에 유럽의회에서 이를 비준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을 상대로 관세 위협을 하자, 이에 반발해 비준을 계획을 철회했다. 트럼프가 관세 위협을 거두면서 유럽의회도 이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잡히지 않았다.
유럽은 그나마 미국과의 무역협정 중 일부 조항에 대해 ‘잠정 적용(provisional application)’을 시행중이다. 미국산 산업재 상당 부분의 관세를 없앴고, 돼지고기·유제품·견과류·수산물 등 특정 농수산품에 대해서는 관세할당(quota)을 열어주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의 주된 경고 대상은 캐나다와 중국으로 좁혀진다. BBC 등 외신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캐나다에 ‘100% 관세’를 위협한 이후 한국에 상호관세 인상을 통지했다”며 두 사건이 연결고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여전히 건재한 ‘관세왕’…대내정치용 해석도=최근 국내에서 입지가 불안한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상대국에 관세를 매길 수 있는 강건한 ‘관세왕’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대내정치용’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중이다. 대법원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무효라고 판결하면, 기존 합의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대통령은 강경한 이민 단속과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 진압으로 국내에서 거센 비난에 직면한 상태다.
이달 들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으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하면서 미 전역에서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고, 공화당조차 강경 진압을 비판하고 있다.
이에 자칫 올해 11월에 치러지는 중간선거가 위태로울 수 있다 판단한 트럼프 대통령이 국면 전환을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관세’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NBC 등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인상 위협을 캐나다 100% 관세 위협, 유럽 8개국 ‘그린란드 관세’ 협박과 더불어 “기반 지지층에게 ‘동맹·파트너에게도 할 말은 하는 강경 통상 대통령’ 이미지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해석헸다.
도현정·배문숙·양대근 기자





